박경리문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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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울림
등록자 공원지기 등록일자 2010.07.15
IP 218.52.x.113 조회수 919

아침울림
2007년 아침울림에 실었던 글입니다
공원 텃밭이 푸르르니 선생님 생각이 더 나는 아침이었습니다
전에 썼던 글을 혼자 보다가 올립니다.




고추밭에 물주고
배추밭에 물주고
떨어진 살구 몇 알
치마폭에 주워 담아
부엌으로 들어간다

닭모이 주고 물 갈아주고
개밥 주고 물 부어주고
고양이들 밥 말아주고
연못에 까놓은 붕어
한참 들여다본다

아차!
호박넝쿨 오이넝쿨
시들었던데
급히 호스 들고 달려간다

내 떠난 연못가에
목욕하는 작은 새 한 마리
커피 한 잔 마시고
벽에 기대어 조간 보는데
조싹조싹 잠이 온다
아아 내 조반은 누가 하지?
해는 중천에 떴고
달콤한 잠이 온다




아침울림
근대문학 100년사에 최고 작품으로 손꼽히는
소설 土地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시 <아침>전문이다.
소설가로만 알려진 박경리 선생님이
시를 쓰시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실제 박경리 선생님은 어린 문학소녀 시절부터
시를 즐겨 읽고 쓰셨다.
시집으로 나와 있는 <못 떠나는 배>나
<우리들의 시간>은 작가 박경리 선생의 삶에 있어서
아주 친근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귀한 글들이기도 하다.
소설 土地의 4부와 5부가 쓰여 지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 공간인 토지문학공원엔
해마다 4만여 명에 이르는 탐방객들이
작가 박경리 선생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이 곳을 찾아오고 있다.
바쁘다는 말이 인사말이 되어 버린 현대인에게
토지문학공원의 시계는 오히려
거꾸로 천천히 가고 있어 더욱 사랑받는다는 생각이다.
그다지 넓고 큰 공간은 아니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무와 꽃 그리고 박경리 선생께서
손수 깔아놓은 돌길을 걸으면서
자기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만나는 시간을 갖아 보는 일도
참 행복한 시간이 되리라 본다.
박경리 선생님께서는 “염치”라는 말을 가끔 하신다.
그 말씀을 듣고 돌아 올 때마다 염치없이 살고 있는 부분은 없는 지
내 걸어가고 있는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
언젠가
“생명에 대한,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 없이는 글을 쓰면 안된다”
는 말씀도 들려주신 적이 있다.
선생님의 작가로써의 깊은 삶의 철학을
느끼게 해 주는 부분이 아닐까한다.
위의 시 <아침>에서 고추 밭에 배추 밭에 물을 주고,
닭모이에 개밥에 고양이 밥에 붕어밥까지...
정신없이 수많은 생명을 거두며 뛰어 다녔을
아침 시간의 작가 박경리 선생을 만난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고단함에 달콤한 잠이 쏟아지는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토지를 쓰시면서 바라보았던 먼데 하늘, 치악산,
그리고 수도 없이 매만졌을 돌 하나 흙 한 줌....
토지문학공원의 아침....
매일 아침 분주했을 작가 박경리 선생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선생님께서 일구셨던 텃밭으로 물을 주러 나간다.
상추와 열무가 연하게 잘 자랐으니
내일은 흥업 토지문화관에 계신 선생님 댁에 한 바구니 담아서 가봐야겠다.



- 아침울림 독자 고창영 (토지문학공원관리소장, 시인, 방송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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