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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할머님댁에서 하룻밤
등록자 공원지기 등록일자 2010.09.01
IP 118.47.x.149 조회수 888


2010 소설 토지의 날의 기록을 담은
아동문학가 최동혁님의 글을 함께합니다.

특히,
박경리문학의 집 개관과 북카페 개관에 기꺼이 귀한 시간을 내어
봉사해 주신 마음 감사합니다.
토지 속으로 1박 2일 행사를 위해
텐트를 준비하고 치고 거두고
밤이 새도록 참가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아름다운 봉사의 면모를 보여주셔서 모두에게 감동을 주셨습니다.
아마도 모든 복은 하늘나라에 가 계실 박경리 선생님께서
글복으로 주실 것 같습니다.

                                                박경리문학공원 공원지기 올림







-생활동화-

                                  박경리할머님댁에서 하룻밤 



                                                                                            최 동 혁





"아니 이렇게 비가 오는데 꼭 가야겠어?"

"그래도 이미 예약도 했구 아이들도 며칠 동안 기대를 하고 있는데......"



야근을 하고 늦잠을 주무시는 아빠와 엄마는 이불 싸움을 하시며 실랑이를 하십니다.

2학년인 동생의 눈물을 닦아주며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는 나도 괜 실 눈물이 날 것 같아 이를 앙 물었습니다.

오늘 오후에 박경리 문학공원의 1박2일 행사에 가기 위해 며칠 전부터 텐트와 여러 가지 준비를 해 놓고

오늘이 오기만 기다렸거든요. 그런데 텔레비젼 뉴스는 많은 비가 종일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하였고

아침 내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애들아 걱정하지마라 혹시 저녁엔 그칠지 모르잖니? 또 비가 계속 내리면 어때?

텐트속에서 빗소리 들으며 밤샘을 하면 더 멋질 것 같지 않니?"




엄마는 우리를 위로 하셨지만 나는 걱정이 되어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제발 오늘만 비를 그치게 해주시고 다음날엔 얼마든지 내려도 좋다고 말입니다.

거실 출입구에 잔뜩 준비해 놓은 물건들이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아빠 엄마는 일을 하셔서 특별히 이번 방학동안 남들처럼 피서도 못가고 있었는데

엄마께서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하는 1박2일을 신청하였다기에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강호동 아저씨가 텔레비전에서 하시는 1박2일처럼 멀리 가는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온가족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문학공원에서 어울린다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읽던 박경리 할머니의 토지 책을 펴고 이해가 잘 안되지만 다시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깜빡 졸았나 봅니다. 엄마께서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인정아 비가 그쳤어. 해님이 아주 뜨겁게 비친단다."

"네에? 정말요?"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햇살이 아파트 주차장을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쿠쿠쿵 천둥을 치며 내리던 비는 말끔히 개어 신작로에 물 덤벙만 군데군데 남겨두고

치악산 넘어 갔듯 했습니다.

아직 행사 시작 시간은 멀었지만 동생과 다시 짐들을 꼼꼼히 점검해 보았습니다.




아빠의 멋진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일부러 몇 정거장을 걸어 문학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흡사 시골 장터 같이 북적이며 잔치처럼 준비에 한창입니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기웃대며 인파속에 묻혀들었습니다.


언제나 문학소녀인 엄마는 책나누기 책읽기천막에서 책 고르기 시작하셨고

동생과 나는 아이스크림 천막에서 막대기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먹었습니다.

두리번두리번 아빠를 찾아보니 어느새 옥수수와 삶은 감자를 드시고 계셨습니다.

같은 반 친구 윤숙이를 만나 봉숭아물들이기 천막에서 새끼손가락에 물들였습니다.

매니큐어 색깔보다 훨씬 예쁜 물감이 들 거라고 말씀 해시며 명주실을 매주시는

아주머님께 꾸벅 인사드렸지요.

사물놀이 풍물을 하는 오빠들을 보며 탄성을 질러대며 박수를 쳤습니다.

비보이의 원조가 바로 우리나라 옛사람들이었다 는걸. 확인하는 순간 이었지요.




토지편지쓰기 시상식을 마치고 텔레비전 뉴스에 가끔 뵈었던 분들의 축하 말씀을 듣고

새로 개관한 박경리 문학의집을 관람했습니다.

깨끗하게 정돈된 전시장과 손때 묻은 박경리 할머님의 전시품을 신기하게 보았습니다.

만년필로 3만장이상 원고지에 토지책을 쓰시느라 얼마나 손가락과 팔이 아프셨을까?

요즘처럼 따라라락 컴퓨터 좌판을 두드리며 쓰셨다면 3만장이 아니라 10만장도 쉽게 쓰셨을 것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예쁜 해설자님의 명료하고 정겨운 설명을 듣고 한 번 더 소설을 창작하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이고

보람된지 다시 한 번 깨날게 되었습니다.




해님이 멀리 넘어가 어둑어둑해졌지만 옛집마당 잔디밭 뜰은 대낮처럼 환했습니다.

성악가 선생님의 우렁차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내 가슴도 덜덜 떨렸습니다.

세상에 저렇게 노래를 부르시다니 감동적이지만 혹시 목이 아프진 않을까.

배우님들이 직접 공연하는 실감나는 연극은 내겐 첫 경험이었습니다.

걱정하는 비는 다행이 내리지 않고 시원한 바람만 불어 주고 있습니다.

뜰 가에 고양이를 곁에 두시고 차분히 우리들을 보고 계신 박경리 할머님의

배려로 지켜주시는가 봅니다.




많은 분들이 떠나시고 이제 밤새워 토지 읽기 1박2일 팀만 남게 되었습니다.

박경리 할머님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각자의 텐트를 치고 보금자리를 준비합니다.

입구에 비치한 팻말을 찾아 텐트 앞에 꽂았습니다.




황인정님 예쁜 집



매직으로 쓰인 문패가 정겨운 우리 집이 완성된 것이지요.

옛집2층에서는 역사교사모임의 마지막 강연과 수료식을 하고

아래층에서는 박경리 할머님의 동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자정이 넘어서야 다시 뜰로 모두 모였습니다.




졸리다 칭칭 대는 동생을 이끌어 본부석 앞에 둘러 앉았습니다.

토지소설을 주제로 퀴즈와 대자보 게임을 하며 밤하늘에 웃음별을 쏘아 올렸습니다.

나름대로 잠보인 내가 밤2시에 이렇게 깨어있는것이 신기했습니다.

동생역시 졸음이 저만치 달아난 듯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습니다.



복불복 게임을 마치고 촛불축제가 이어집니다.

문학공원 소장님께서 붙여 주시는 촛불을 받고 마이크에 소감이나 인사말을 했습니다.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좋긴 한데요. 힘들고 졸려 죽겠어요."라고 했답니다.

창피했지만 솔직하게 하라고 엄마가 말씀하셨기에 멋진 말을 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런데요. 소장님 얼굴이 문학의집에서 본 흑백사진의 박경리 할머니 젊을 때 얼굴과 많이 닮았어요.



바람이 불었지만 촛불은 밝고 환하게 타올랐습니다.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토지소설을 완성한 시간을 기념하고

소설가이신 박경리 할머님을 추모하였습니다.

또한 시인님들의 시낭송을 차례로 들으며 8월 15일의 광복절 새벽을 밝혔습니다.




같은 밤하늘 아래

같은 바람을 맞으며

같은 마음과 감정으로

55인의 대한민국 토지인 들은

토지의 어머님을 모시고

조국 광복의 8월15일 또지의 뜰에서

축복처럼 만세의 함성을 들었습니다.




엄마 품처럼 좁고 포근한 텐트 안에서 빗소리에 잠을 깨었습니다.

정확히 5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답니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지요.

어쩌면 하늘에 계신 박경리 할머님의 깊은 배려가 있으셨나 봅니다.

따뜻한 해장국을 먹으며 내년행사엔 토지소설을 꼭 읽고 참석하리라 다짐해봅니다.

졸립고 피곤하지만 마음은 새벽처럼 희망차고 행복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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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