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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삶의 이력서
등록자 공원지기 등록일자 200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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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삶의 이력서
사람의 표정이란 것이 앞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뒤에도 있다는 걸 살면서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미소 짓고, 찡그리고, 웃고, 화내고…. 이런 표정들이 앞에만 있을 것 같지만 실상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자신만의 표정이 등 뒤에 있었습니다. 앞에서는 우렁차고, 자신감 넘치고, 모든 것을 손에 쥔 듯 행복에 겨워 보여도, 돌아서서 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노라면 어떤 이의 어깨는 한 없이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의 등은 그렇게 힘겹고 초라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의 어깨는 자신감 넘치기도 하고, 또 누군가의 뒷모습은 그렇게 듬직해 보입니다. `그리운 것은 모두 등 뒤에 있다'라는 시에서처럼 돌아서 가는 그 사람의 등 뒤에서 평소 그가 보여주지 않았던 틈, 삶의 여백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소설가 최명희는 그의 소설 `혼불'에서 뒷모습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뒷모습은 삶의 이력서입니다. 사람은 누구라도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실해야 합니다. 살고 난 뒷자리도 마찬가지. 사람의 귀천은 뒤통수에 달려 있느니 뒷모습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계절에도 표정이 있습니다. 다 떨어뜨리고, 모두 내려놓고 미련도 두지 않고 가볍게 빈 가지 흔들며 돌아서는 가을의 뒷모습은 삶도 저래야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정채봉 선생님의 짧은 동화가 가을이면 더욱 생각납니다.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하였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박경리문학공원에도 과실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데 열매도 온전히 다 여물고 익은 것이라야 시간의 가지를 툭툭 미련 없이 놓아버립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질기도록 매달리는 것들은 대개가 설익은 것이었습니다. 오늘도 내가 붙들고, 놓지 못하고 매달려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돌아다봅니다.


강원일보 [오솔길]뒷모습은 삶의 이력서 2009.11.9(월)
고창영 시인·박경리문학공원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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