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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그 집에 박경리 선생님 분향소 마련
등록자 공원지기 등록일자 200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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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땅을 일구고 소설 토지를  쓰셨던 옛날의 그 집 (원주시 단구동 소재 토지문학공원)에

선생님의 분향소를 마련했습니다.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마지막 싯귀가

마치 오늘을 예감한 것 만 같아

목이 메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문인이 계셨다는 것

우리에게 이런 작품이 있었다는 것이

한 없이 고맙고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홀가분하게 떠나신다는 선생님의 길에

인사드릴 분께서는

옛날의 그 집으로 오십시요

토지문학공원내에 분향소를 마련하였습니다.


2008년 5월 5일



한국문학의 산실 토지문학공원 공원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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