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문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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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의 끝
등록자 공원지기 등록일자 2012.09.14
IP 118.47.x.81 조회수 923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지난 여름의 끝,

날짜 지난 신문이나 얇은 테이프를 붙여서라도

어찌어찌 태풍의 매섭게 날선 손끝을 막아보려고

온 국민이 긴장했던 그 즈음이 생각납니다.


태풍이 지나간 아침

수천 수만의 칼바람 병사들이 밤새도록 처절한 전쟁을 치렀을

박경리선생님 옛집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무수히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마당 안에 여기 저기 정신없이 내 던져져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큰 피해가 아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서 나오다가

아주 작은 풀꽃 앞에서 그만 두 발이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그 키 작은 풀꽃 옆에 천천히 무릎을 꿇듯 앉았습니다.

엄지와 검지로 살짝 뭉개도 부러질 것 같은 연필심 굵기의

그 여리디 여린 연두 빛 줄기는 보라색 조그만 꽃송이를 머리에 이고

깊고 깊은 한 밤 태풍의 시간을 굳건히 이겨낸 것입니다.

참으로 대견하고 고맙고 존경스러워서 금방 일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굵고 힘 있는 나무 기둥과 줄기를 믿고 있었던 가지들이

오히려 우수수 부러진 현장에서

간신히 제 가는 뿌리 하나에 의지하고 온몸으로 버틴 작은 줄기는

작은 꽃송이까지 근사하게 지켜낸 것이었습니다.

묘한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박경리문학공원은 가을로 하나둘 채워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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